떠돌이 인생: 불안과 두려움에 관한 고찰
떠돌이[명사]: 정한 곳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사람.
유의어: 방랑자, 유랑객, 부랑자
그 사람이 바로 나예요... 작년 봄 무렵, 일상적 글쓰기와 기록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며 티스토리 플랫폼을 통한 꾸준한 일상 및 유학 기록을 다짐했었다. 그보다 훨씬 이전에는 네이버 블로그에 시간과 열정을 쏟아붓기도 했더랬지. 글쓰기 공간 뿐만 아니라 거주지, 직장 등 어느 한 곳에 진득하게 발붙이지 못하고 떠돌아가며 살아가는 내 인생이 어떤 면으로는 노마디즘을 표방하는 진취적인 삶과 같이 그려지기도 하지만, 그냥 무엇 하나 마무리 못 짓고 얼렁뚱땅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 같다는 생각도 하곤 한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고향을 떠나 멀리 떨어진 낯선 도시에서 대학교를 다녔다. 중간에 1년 휴학 후 즉흥적으로 떠났던 낯선 나라 네덜란드, 복학 후 또 새로운 도시로 캠퍼스 이동, 대학교 졸업 후 서울에서 첫 직장생활... 그리고 지금은 다시 유럽, 네덜란드로 돌아와 새로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나는 스무 살이 되면서부터 한 도시에서 2년 이상 살아본 경험이 없다. 20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이 대부분 그렇듯 나도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착실히 방황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의 떠돌이 인생은 오롯이 내 선택에 의한 결과인가? 완전한 내재적 동기로 인해 내린 결정들이었다 설명하면 나의 떠돌이 인생이 보다 그럴듯하게 들릴 수 있는가?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내 인생의 모든 중요한 결정들을 오롯이 내가 선택해왔다고 착각했던 것 같다. 물론 내재적 동기는 중요하다. 나는 하나에 꽂히면 무조건 해봐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불확실한 것들에 도전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행동해왔다. 적어도 작년까지는 나 스스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유학 과정의 절반을 끝낸 지금, 지난 6개월을 되돌아보며 깨달았다. 나는 내 앞에 닥쳤던, 혹은 닥쳐올 새로운 상황,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과 생각들의 소용돌이로 인해 인생에서 가장 큰 심리적 방황을 겪는 중이다.
네덜란드의 겨울은 춥고 어두웠고 seasonal depression 이었을 거라 간단히 생각하고 말아버리기에 나는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서부터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불안했고 두려웠다. 어쩌면 나는 원래 늘 불안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불안했기에 언제나 당시 주어진 상황을 만족하지 못했고, 계속 무언가를 갈망했다. 그런 불안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태어나면서부터 타고난 것일까? 한국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나도 모르게 받았던 압박이 누적되어 터져버린걸까? 내가 한국에서 교사로서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유학을 선택한 배경에도 어쩌면 내 완전한 내재적 동기로 인한 것이 아닐 수도 있었음을 돌이켜 생각해 본다. 더이상 한국의 기형적 교육 시스템과 문화, 환경, 보이지 않는 사회적 압박 등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조금 과장하여 이야기하면, 지금까지 잘해왔고 잘해내고 있지만... 어쩌면 내 유학길은 '선택'을 가장한 '도피'였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지금이 아니면 나를 커리어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시기가 있을까 불안했던 것 같기도 하다.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내재적 동기 뿐만 아니라, 그렇게 소위 말하는 남들이 인정해주는 '가방끈'을 늘리기 위해 석사 유학을 선택한 외재적 동기도 내 선택에 지대하게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불안한 떠돌이로서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바람직한 자세? 사실 나의 경우에는 간단하게도 이 끊임없는 overthinking을 멈추면 된다. 불안과 두려움은 뇌 속에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허상들을 시뮬레이션하며 쓸데없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과정과도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털어버려야지! 남은 유학 생활 이야기들은 좀 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했으면 좋겠다. 아 그 전에 지난 6개월 동안 있었던 이야기들부터 정리해서 써야지 참 ㅋㅋ 우울한 마음에 뭐라도 써내려가야지 하다가 또 깊어져 버렸지 나란 녀석 껄껄껄... 아무튼 나의 네덜란드 생존기는 계속된다... To be continued... tot zie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