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현대인 재등장하였읍니다.
졸업한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ㅋㅋㅋㅋ) 유학생 시절 이야기를 써볼까 하는데요~!
역시나 힘들었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미화된다. 근데 생각해보니 겨울 날씨랑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힘들었지만 다시 학교 다니는 건 즐거웠던 것 같다.
때는 바야흐로 2022년 8월 말 9월 초... 캐리어 두 개를 양손에 끌고 백팩을 맨 채 부푼 꿈을 안고 네덜란드에 학생으로 다시 오게 된 김나디. 이 자는 앞으로 펼쳐질 불꽃길에 대한 걱정은 뒤로 하고 일단 햇살 가득한 유럽의 날씨를 만끽하며 맥주를 퍼마시고 있다. 집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고 악명 높은 네덜란드에서 운 좋게도 이 자는 한국 커뮤니티를 통해 출국 전부터 이미 스튜디오를 구해서 1년 동안 살 곳을 구한 상태로 오게 된다. 혹쉬 보고 있나 옥토버 러버...?! 가구 몇 개랑 이것 저것 초기 정착에 필요한 아이템들도 이 자비로운 궐이 싼값에 넘겨주고 갔기 때문에 유학 와서 초기 정착하는 데 비용과 에너지를 정말 많이 아꼈다는 사실. 나 완전 럭키비키였구만~!



아무쪼록 스튜디오 키 받아서 짐도 잘 풀고, 학생 비자 수령하고, 흐로닝언 시 등록하고, 현지 은행계좌도 오픈하고... 등등 공부 말고도 여기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체크리스트들을 하나하나씩 완료해나갔다. (워홀러 시절이던 2018년에 일련의 과정들을 한 번 경험해봤기에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현지 계좌 오픈하는 데 우편물 수령이 늦어져서 한 달이나 걸렸다. 그치만? 어쨌든 잘 오픈했으니 됐다 이겁니다) 한국 행정처리 속도에 익숙해져 있다가 유럽 와서 며칠, 몇달씩 걸리는 이 시츄에이숀에 답답한 한국인은 어찌저찌 다시 적응을 해나갔다지요. 또한 미친 외식 물가 때문에 맨날 밖에서 사먹다가는 거지꼴을 면치 못할 것이 자명했기에 요리...라는 것에도 도전을 해보며 슬기로운 유학 생활을 시작했더랬다. 한국에서 교사로 일할 당시 매일 나오던 급식이 정말 소중한 것이었음을, 외식을 해도 지갑이 비명 지르지 않는 한국 식당 옵션들이 정말 귀한 것이었음을... 나는 절실히 깨달았다. 그렇게 흐로닝언에 서서히 적응하고, 새롭게 친구들도 사귀며, 공부도 파티도 열심히 구 선생 현 학생 라이프를 알차게 살아가는 김나디였다.







첫 학기 첫 블록 (aka 1a block)은 9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강의식으로 진행되는 평가 연구 방법 및 기술론 (Methods and Techniques of Evaluation Research)과 토의토론 및 발표 위주의 인간 상호작용을 통한 학습 (Learning in Human Interaction) 두 과목으로 구성되어 일주일에 두 번만 수업을 나가면 됐다. 수업이 없다고 다른 날들은 쉬느냐? 그건 아님. 수업 참석을 위해 꽤 많은 양의 페이퍼들을 미리 읽어가야 했고, 개인 및 그룹 과제, 시험 준비를 위해 은근 빡세게 공부를 해야만 했다. 심지어 당시 도착한지 얼마 안 돼서 영어가 편하지 않았던 관계로 다른 학우들보다 더 노력해야 강의를 따라갈 수 있었다. 특히 LiHI 과목 평가 방식 중 하나였던 개인 에세에 과제에 대해 썰을 풀어보자면, 에세이 같은 아카데믹 영어 글쓰기는 한국에서 대부분의 학생 시기를 보낸 나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낯선 것이었고, 나름대로 써서 어찌저찌 제출은 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담당 교수님 편두통 씨게 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ㅋ 인용법도 엉망인 데다 기본 APA 형식 따위 개나 줘버린 처참한 나의 첫 에세이... 당연히 패스 못 받았고, 정성스럽게도 나를 위한 피드백을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남겨주셨다. 그걸로 인해 나의 부족함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에 대한 큰 인사이트를 얻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나 그래도 나름 우등생이었는데... 내가 낸데! 하면서 겸손하지 못했던 나를 돌이켜볼 수 있게 된 계기였다.








또한,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 기반의 교육 시스템이지만 생각보다 패스와 논-패스 사이의 간극이 크다고 체감했다. 한국식 상대평가에 따르면 10점 만점에 응당 9-10점은 받아줘야 만족하는 한국인에게 네덜란드식 절대평가 방식은 다소 생소했다. 클래스 내 제일가는 똑똑이도 보통 8-8.5점 정도 받기에, 대부분 학생들은 패스만 하면 된다는 마인드로 적당히(?) 공부하지만, 그 적당함의 정도가 교수들에게는 꽤 기준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슬프게도 그 에세이 과제를 10점 만점 중 3점을 받아 한 번에 패스를 못 했기에 처음부터 다시 뜯어고쳐 제출했고, 두 번째 제출에서는 패스를 받았다. (첫 트라이얼에 패스 못 하면 두 번째까지는 기회를 준다. 아니면 내년 학기 재수강밖에 답이 없는데, 학비 무지막지하게 내는 Non-EU 학생은 기필코 두 번째 트라이얼에 패스를 해야 한다 Sibal) 아이러니하게도, 제일 걱정했던 M&T of Evaluation Research 과목은 더 높은 점수를 받아 한 번에 통과했다는 사실... 해당 과목은 사회과학 계열의 조사방법론을 다루는 이론 중심 수업이었고, 내게 좀 더 익숙한 교육학 지식과는 다소 무관한 내용이기도 해서 걱정했지만, 시험 방식이 객관식 + 서술형이라 이런 한국식 평가 방식에 트레이닝된 나는 오히려 고득점을 했다 ㅋㅋ 물론 시험 뿐만 아니라 그룹 과제도 같이 포함하여 평가에 들어갔지만, 전체 평가에서 시험이 차지하는 비율이 더 높았기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이 그룹 과제를 위해서는 SPSS 사용법을 알아야 했는데, 교대 시절 논문도 안 썼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아무리 들여다 봐도 답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패스를 했느냐? 같은 그룹 친구들이 SPSS 마스터였기에 살짝 업혀갔음 ㅋㅋㅋㅋㅋㅋ 대신 나는 자료조사랑 정리 등 SPSS 프로그램 안 돌려도 되는 파트를 담당했다.


1a 블록이 끝나갈 때쯤에는 인턴십 준비도 시작했다. 졸업에 필수적인 인턴십이라 학교에서 매칭을 해줬고, 형식적인 면접을 본 뒤 11월 초부터 바로 출근을 시작했다. 해당 인턴십은 1b 블록 (22년도 11월~12월)부터 2a 블록 (23년도 1월~2월)까지 진행되어 학기 중에 수업도 듣고, 논문도 본격적으로 병행하면서 매우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그 와중에 돌이켜보니 여행도 가고 할 건 다 했다 싶지만, 그렇게라도 잠깐 떠남으로써 길고 긴 네덜란드의 겨울을 잘 버텨낸 것 같기도 하다. 1b-2a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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